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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수사권 독립론의 허실"(박영관 광주지검 차장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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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홍보실 작성일05-05-25 16:29 조회8,47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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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2005.5.20.)에 게재된 박영관 광주지검 차장검사의 " 경찰 수사권 독립론의 허실"이란 제하의 시론입니다.


경찰 측의 주장을 정리해보면 결국 2가지로 요약됩니다.

1. 경찰이 적발한 모든 사건은 수사의 착수, 진행, 종결의 전 과정에 있어 일체 외부의 간섭을 받지 않고 처리하겠다.
수사가 종결되어 송치하면 검찰은 그때 가서 기소여부를 결정하면 된다.
2. 피의자의 구속여부를 경찰이 결정하겠다.
지금처럼 구속여부를 검사의 검토, 지휘에 따라 결정하는 것은 싫다.
궁극적으로는 일본처럼 체포영장을 법원에 직접 청구 하겠다.

그런데 실제로 전체 사건의 95%이상을 거의 검찰의 간섭이 없이 경찰이 수사를 하고 사실상 구속영장 신청여부도 결정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요.
사법경찰(형사)은 조직상 서장 등 경찰 간부의 지휘 하에 있습니다.
그런데 수사업무상 주요한 결정에 관하여는 검찰의 지휘를 받아야 합니다. 만약 경찰 간부의 의견과 검찰의 의견이 다를 경우에는 검사의 의견이 우선합니다.

그동안 경찰조직이 집요하게 수사권 독립을 요구해 온 것도 표면상 그럴듯한 온갖 명분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이런 불만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민주제도의 선각자들은 사회를 유지하기위해 필요한 경찰제도를 마련하면서, 경찰권의 행사에 대한 통제장치도 함께 만들었습니다. 영미법계에서는 중립적인 사법기관이 발부하는 영장을 받도록 하는 영장제도를 중심으로 통제를 하고, 독일, 프랑스 등 대륙법계에서는 수사의 주재자로서 검찰제도를 만들면서, 검사를 가장 공 기관, 공익의 대변자 또는 인권의 옹호자라고 불렀습니다.

수사에 있어 검사의 수사지휘권이란 어떤 역할을 할까요.
검사는 처벌하기 위한 수사도 하지만 용서하기 위한 수사도 해야 합니다. 경찰이 적발한 사건에 대하여, 우선 처벌하는 법률은 있는가(구성요건 해당성). 수사절차, 체포절차는 적법한가(적법절차의 준수여부). 혐의가 인정된다 하더라도 피치 못할 사정이 있는 것은 아닌가(위법성 조각사유, 정상관계 등). 유죄판결을 할만한 증거는 충분 한가 등등 신중하게 검토하고 또 검토해야하는 것이 바로 검사의 직무입니다.

일부 인사들은, 일본이 검찰과 경찰이 협력 관계이고 경찰수사권이 독립되어 있다고 하며 우리도 그렇게 하자고 합니다. 경찰이 마련한 형사소송법 개정안도 일본법을 그대로 따온 것 같습니다. 일본 형소법은 경찰의 독자적인 수사권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검사가 사법경찰에 대해 수사에 관한 일반적 지시를 하고 구체적 지휘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 검사가 수사를 할 때 사법경찰이 보조를 하도록 하고, 경찰은 검사의 지시나 지휘에 반드시 따르도록 명문화하고 있으며, 만약 경찰이 정당한 이유 없이 검사의 지휘에 따르지 않을 경우 징계, 파면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필자는 일본 도쿄의 대사관에서 약 3년간 파견근무를 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때 한국인이 위조 일본 엔화를 사용하다가 체포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피의자는 남대문 환전상으로부터 환전했을 뿐, 위조지폐인지 몰랐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담당 검사는 경찰 수사팀에게 한국의 남대문 시장에 가서 피의자의 주장이 사실인지 여부를 확인 하도록 지시를 하였습니다. 일본검사는 공문이 아닌, 대개 메모형태로 수사지시를 하는데 이를 쪽지 지시라고 부르며, 경찰은 쪽지 지시에 따라 남대문 시장까지 출장을 갈 정도였습니다. 검사의 보완지시는 이렇듯 철저히 이행되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필자는 다음과 같이 제안하고자 합니다. 첫째, 전체 경찰 중 사법경찰 업무를 담당하는 15,000여명을 분리하여 법무부 소속으로 함으로써, 사법경찰에 대한 조직과 업무감독을 일원화하는 방법입니다. 지금처럼 사법경찰이 소속은 행자부 경찰청, 지휘는 법무부 검찰로 이원화 되어 있는 한 분란과 파행은 계속될 것입니다.
따라서 미국의 FBI처럼 사법경찰을 법무부소속으로 하여 업무감독과 인사권을 통일하여 책임과 의무를 분명히 하는 것입니다.

둘째, 수사에 대한 감독과 통제가 법에 규정된 대로 명실 공히 엄정하게 이행되어야 합니다. 지금처럼 수사지휘권이 요식행위로 전락하여 애매한 상황이 계속되어서는 안 됩니다. 수사의 착수, 진행, 결과도출 과정에서 검찰과 경찰이 서로의 능력과 경험을 존중하며 법질서 확립을 위해 최선을 다하되, 상벌이 분명해야 합니다.
책임과 의무를 다하지 않고는 권한을 주장해서도 아니 된다는 것은 평범하면서도 확고한 진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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