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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美 사법제도 만능이 아니다 (김덕재 법무부인권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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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dk5799 작성일05-05-30 16:31 조회9,81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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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심원제도 등 오판 많아
한국 사법시스템이 건강
 
 최근 인권 강화를 위해 배심제와 같은 영미(英美) 사법제도를 도입한다고 한다. 매우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국민들은 궁금한 것이 많다.
 영미 사법제도가 도입되면 국민에게 어떤 득과 실이 있는지, 외국 전문가들을 상대로 그 득실을 확인하였는지, 영미법을 전공한 분들이 얼마나 참여하고 있는지 등등. 국민의 권익에 바로 영향을 끼치는 사법제도를 수입함에 있어서 그 전개될 결과와 추진과정, 구성원들의 자질 등에 신중을 기하여야 함은 말할 나위가 없다. 외국 시스템 전체가 아닌 일부를 수입하는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미국 사법통계국(Bureau of Justice Statistics)의 최근 자료에 의하면, 1973년부터 2004년까지 약 30년간 사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가 결백이 입증되어 석방된 사형수가 무려 119명에 이른다고 한다. 매년 평균 약 4명의 사형수가 억울한 죽음 직전에 결백이 입증되었다는 말이다. 사형수의 통계가 이 정도면 다른 범죄는 어떨까. 또한 영미의 무죄 선고율은 20~30%에 이른다고 한다. 10명 중에 2~3명은 무고하게 기소되었다는 뜻이다. 이것이 인권보호를 지향한다는 영미 사법제도의 현실이다.
 반면 우리나라에 살아있는 사형수는 현재 59명이다. 1997년 이래 사형이 집행된 사례는 없었다. 또한 그들 중에 무죄가 밝혀져 석방된 사례는 단 1명도 없다. 한국의 판사들은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beyond reasonable doubt)로 확신이 있어야 비로소 유죄 선고를 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생명을 박탈하는 사형 선고에 있어서는 더욱 신중하다. 단 1%라도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in dubio pro reo) 무죄를 선고하여야 하고 또 그렇게 하고 있다. 게다가 오판(誤判)을 막기 위해 서로 다른 재판부가 세 번에 걸쳐서 엄격히 재심사하는 3심제로 겹겹이 방어막을 치고 있다. 상당히 인권적인 사법제도라고 할 수 있다.
 또한 2004년도 1단계 사법심사에서 무죄 비율은 불과 0.17%이다. 검찰도 매우 정밀한 기소를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 국민에게는 매우 소중한 결과물이다. 영미 사법제도와 비교하면 우리나라의 사법 시스템이 그만큼 건강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미국의 통계는 무엇을 말하는가. 영미 사법제도는 무죄를 쉽게 선고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무고한 시민을 보호하려는 것이지만, 아이로니컬하게도 그 반대 현상도 발생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즉, 영미 사법제도는 무죄뿐 아니라 억울한 사형선고도 쉽게 내려질 수 있는 시스템인 것이다. 미국의 통계가 이런 사실을 웅변하고 있다.
 제도를 도입하기에 앞서 영미법에 대한 환상을 떨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도입하려는 제도가 펼쳐낼 열매와 비전을 국민들에게 분명하게 알리고,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여야 한다. 열매를 보면 나무를 알 수 있는 것이다. 후일에 있을 국민의 평가를 오늘 일로 생각하고 사려 깊게 미리 대비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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