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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검찰제도 실상을 아는가 (박영관 광주지검 차장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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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홍보실 작성일05-05-27 16:30 조회9,04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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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는 3000개가 넘는 검찰청이 있다. 검찰청의 조직, 사건처리 절차도 각양각색이다. 그들의 공통된 목표는 범죄자에 대한 철저한 보복・억제・무력화이며 그 이외의 요소는 냉정하게 무시한다. 따라서 범죄자의 갱생・화해・원상회복은 모두 포기한 지 오래다.

 검사들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검사의 업무는 피의자를 돕는 것이 아니다. 기소하기 전에 피의자와 접촉하면 동정심이 생길 수 있다. 범죄자에게 범죄에 상응하는 형벌을 과하는 것이 우리의 임무다. 그들의 하소연에 귀 기울이는 것은 업무 수행에 방해가 될 뿐이다."

 검사의 능력과 인기는 유명 사건의 담당 및 유죄판결 여부에 달려 있다. 검사장(chief prosecutor)급은 선거에 의해 선출되므로 이를 의식해 유명 사건 해결에 심혈을 기울이고 유죄판결 심리(conviction psychology)에 사로잡혀 있다. 이렇게 해서 그들은 210만 명의 죄수를 감옥에 가둬놓고 있으며, 범죄인 한 사람당 격리 비용으로 연간 2만 달러 정도를 쓰고 있다. 검사장은 다음 선거에서 자신을 위협할 수 있는 내부의 적(유능한 부하 검사)에게 중요한 사건을 맡기지 않는다. 이로 인해 중요한 사건들에 대한 오심・오판을 초래하기도 한다.

 이상은 우리나라의 일부 인사가 그토록 선망하는 미국의 검찰 이야기다. 필자가 가공한 게 아니라 하와이대 교수 데이비드 존슨이 설명한 내용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그는 1992~95년 일본 검찰을 현지에서 철저하게 연구・분석한 뒤 2002년 '일본식 정의'(The Japanese Way of Justice)라는 화제의 저서를 내놓았다. 일본의 검찰 제도 및 형사사법 제도가 미국인의 눈으로 보면 이상한 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범죄에 대해 대단히 성공적이고 공정한 제도라고 결론짓고 있다.

 일본법 연구의 대가인 미국의 법학자 존 헤일리는 "일본이 세계가 인정할 정도로 범죄 억제에 성공할 수 있었던 중요한 열쇠는 기소 전에 피의자를 조사하고 계속해 공판정까지 검사가 형사 절차를 관장하는 데 있다. 이에 비해 미국의 형사사법은 징벌과 박탈을 극단적으로 강조한 결과 파괴적인 실패의 연속에 빠져 이제는 어찌할 수 없는 상태가 돼 버렸다"고 지적했다.

 대니얼 푸트는 일본의 범죄 억제 성공 요인을 이렇게 분석했다. "서양은 신속성・최종성・일률성, 그리고 엄벌주의를 중시하는 범죄 억제 모델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형사 절차상 피의자를 치밀하게 조사해 자백・반성 여부 등 정상을 참작한 뒤 선별적으로 기소하며, 합의・화해를 중시함으로써 피해자를 배려하고 수사 단계에서 범죄자의 사회 복귀까지 고려하는 온정주의를 실천하고 있다." 자백・반성・용서를 중시하는 보다 인간적인 일본의 형사 절차, 검찰 중심의 사법제도에 주목한 것이다.

 어느 사회의 범죄 실태를 가장 여실히 보여주는 지표는 살인범죄의 발생 상황이라 할 수 있다. 미국은 살인범죄가 일본의 10배나 된다.

 미국식 로스쿨 제도를 도입하고 미국식 사법과 유사한 시스템을 운용 중인 필리핀은 일본의 30배에 이른다(최근 일본이 로스쿨 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나 미국 제도와는 차이가 있음).

 일본 검찰과 가장 유사한 제도・조직을 운용하는 곳이 한국 검찰이다. 가끔 해외의 몇몇 실무가나 연구자가 한국의 형사 절차, 특히 검찰 제도를 부러워하기도 한다. 그런데 서양의 사법제도, 특히 할리우드 영화에나 등장하는 미국식 사법 게임이 위대한 선진 사법인 것처럼 선전하면서 이 나라의 검찰과 사법제도 전체를 뒤바꾸려는 사람들이 있다. 피의자의 인권만을 내세우며 범죄 피해자들의 비극을 외면하는 사람들, 미국식 법원 우월주의를 실현하고자 궁리하는 사람들이 범죄와 대면하여 묵묵히 소임을 다하려는 검찰 구성원들의 노력을 필요 이상으로 폄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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